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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미국에 패해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것을 축하하던 이란 남성이 자국 보안군의 총격에 사망했다고 BBC 등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흐란 사마크(27)는 지난달 29일 이란 북서부 카스피해 해안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이란의 패배로 경기가 종료된 직후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다가 보안군의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보안군이 사마크의 머리를 조준사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다르 안잘리 출신의 이란 국가대표 선수 사이드 에자톨라히는 사마크를 안다면서 그와 유소년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에자톨라히는 “지난밤 쓰라린 패배 후 네가 죽었다는 소식은 나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면서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 젊은이들과 국민은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전역에서 자국팀의 패배에 환호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영상들에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쿠르드족 자치주 주도 사난다지, 사케즈, 케르만샤, 일람, 부칸 등지에서 환호하고 춤추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보안군이 이들을 향해 조준사격했으며 최소 3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란팀 패배에 환호하는 이란인들은 자국팀이 승리해 정부의 반서방, 이슬람 신정체제 선전에 이용당하느니 지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쿠르드 자치주에 산다고만 밝힌 한 이란인은 CNN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패배한 것이라서 기쁘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 머무르고 있는 이란인 파르시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나는 이란 대표팀의 열정적인 지지자”라면서도 “정부가 이번 경기를 이란이 정상 작동하는 국가라는 걸 보여주는 데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불행히도 오늘은 이란팀을 응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20대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연관돼 있다. 시위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란 대표팀이 자국민의 인권이 아니라 이슬람 공화국 체제 선전을 위해 뛰고 있다면서 응원을 거부했다.
이란 대표팀은 반정부 시위 지지 의미로 영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가 이후 웨일스전, 미국전에서는 다시 국가를 불렀다.
이란 정부는 대표팀의 패배에도 여론전을 이어갔다. 이란 국영언론들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이 대표팀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며 미국전 패배의 책임을 돌렸다. 이슬람 신정체제 수호 군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 연계 일간지 자반은 대표팀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진짜 게임에서 승리했다고 치켜세웠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혁명수비대가 이란 대표팀 선수들에게 국가 제창을 거부하면 가족들이 고문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는 외신 보도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CNN은 소식통 말을 인용해 이란 대표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혁명수비대 장교 수십명이 카타르로 징집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