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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이코노미스트지 "모스크바, 전쟁 부인하는 분위기…계란값 폭등은 경제난 징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 연말 풍경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파티에 프랑스산 와인이 나오고 백화점에선 최신 구찌 제품을 판매하는 등 전쟁 전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계란값 폭등 등에서 일부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초현실적 경제에서 구찌는 싸고 계란은 비싸다'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을 맞는 모스크바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파티 시즌인 겨울을 맞아 모스크바의 한 나이트클럽에선 최면을 거는 듯한 사이키델릭 음악이 나오고 샴페인이 흘러넘치며 붉은 조명이 무대를 오가는 화려한 파티가 열렸다.
부자들은 예전처럼 프랑스 알프스에 스키 타러 가지 못하는 대신에 두바이로 가거나 모스크바에 남아서 파티를 했다.
펜트하우스에서 열린 다른 파티에선 손님들이 프랑스·이탈리아산 와인을 마시고 뷔페에 나온 러시아 캐비아(철갑상어알)를 접시에 담았다.
이들은 전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나 영국에 있는 성인 자녀를 방문하려면 비행기를 힘들게 갈아타야 한다고 말하며 암시할 뿐이었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도 예상과 달리 무너지지 않았고 루블화 가치도 급락한 후에는 안정됐다.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송금 시스템에서 차단됐을 때 잠시 공급난이 있었지만, 이젠 인터넷에서 러시아 신용카드로 아이폰이나 랄프 로렌 아동복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지난해 성탄절 직전 고급 백화점 쭘(TsUM) 매대에는 고가 브랜드 구찌, 샤넬, 루이비통의 가방이 진열됐다. 이는 개인들이 유럽에서 구매해 들여온 것이어서 물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신품들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모스크바의 활발한 소비는 다소 불안정하고 의식적인 행위 같은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어려움을 극복한 게 아니라 부인하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전쟁 직후 도시 전체에 보이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표시인 'Z'는 거의 사라졌다.
러시아 모스크바 연말 쭘(TsUM) 백화점 앞 조명
다만 올겨울 갑작스러운 계란값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가 보기보다 심각한 상태라는 방증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아무도 이유를 모르지만, 노동자들이 징집되거나 해외로 떠나서 농장에 일손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계란값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례 국민과 대화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작년 말 러시아 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루블화를 달러화나 유로화 등으로 대거 바꾸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루블화 단기 급락 때 자산을 매입하려는 의도가 일부 있고, 단순히 달러화나 유로화를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서방 은행 시스템에서 차단됐기 때문에 이들은 아르메니아나 카자흐스탄에 은행 계좌를 개설한다.
그러고선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러시아 접속을 차단하는 서방의 웹사이트에서도 자유롭게 달러로 거래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하지만 모두가 푸틴의 미래 비전을 좋아하진 않는다"라며 "펜트하우스 파티 참가자 한 명은 '자녀들의 교육 장소를 영국과 미국 중에 정하려고 하며, 중국이나 러시아에선 절대 안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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